가평 5일장(5, 10일)

가평의 풍요가 그대로 느껴지는 곳

재래장의 정겨움을 간직한 가평장

가평은 산이 많아 농사지을 터전이 부족했지만 임산자원이 풍부하고 특수농작물을 잘 활용해 예로부터 굶는 사람이 없기로 유명한 곳이다. 세금을 각 지방의 특산물 대신 쌀이나 무명으로 통일한 대동법을 처음 실시한 것도 가평이다. 하지만 과거의 풍요는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현재는 서울과 채 두 시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이지만 시(市)로 승격되지 못한 인구 20만의 작은 소읍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유하지는 못하더라도 가평은 여전히 풍성하다. 아름답고 맑은 산천이 있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성품의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친 많은 이들이 가평으로 몰려드는데, 아쉬운 것은 진정한 가평의 풍요를 느낄 수 있는 명소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다.

걸어다녀도 채 10분이 안 걸린다는 가평 읍내에서 제법 큰 규모로 5일, 10일에 열리는 가평 5일장은 가평의 풍성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재래장이다. 가평 읍내길로 들어와 약 1.5㎞ 직진하면 가평 경찰서가 나오고, 이곳을 조금 지나 우측 하나로마트부터 장이 시작된다.

일제 치하이던 1923년 처음 시작되어 경기 북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연륜을 자랑하는 동시에 포천장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하지만 포천장이 규모가 커지면서 예전의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에 비해 가평장은 지역민들이 자연산 산채와 과일, 야채, 버섯, 한약재 등 지역 특산 농·임산물을 가지고 나와 재래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언제 찾아도 느껴지는 풍성하고 다채롭고, 정겨운 분위기가 가평장의 자랑이다.

여름철 가평장의 주인은 제철과일

봄철 가평장의 주인이었던 산나물과 약재가 조금씩 줄어들고 형형색색의 제철과일이 선보이면 가평장에 여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대량재배를 하지 못해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딸기, 오디, 살구, 앵두 등이 촌로의 광주리마다 가득 담겨있고 갑작스런 폭우에 떨어진 사과, 복숭아, 자두 등의 파치는 한 봉지 가득 담아도 채 만 원을 넘지 않는다. 또한 자라섬과 남이섬 인근 하천에서 잡은 다슬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도 여름 초입이고 요즘은 뜸해지기는 했지만 7월에는 화악산이나 명지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송이가 조금씩 선보이기도 한다.  

거래가 활발하고 모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아예 한쪽 면에는 식당가가 차려질 정도로 음식도 풍성하다. 옛날식 빵, 튀김, 메밀전과 수수전(부꾸미), 총떡 같은 간식거리부터 그럴듯한 포장마차를 차리고 각종 안주와 잔치국수를 파는 곳도 두어 곳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평 잣막걸리다. 가평의 오염되지 않은 산에서 생산된 잣은 생산량과 품질에서 전국 최고로 치는데 잣을 넣어 만든 잣막걸리는 전국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향이 좋고 부드러워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옥수수 가루로 만든 가평 특산 올챙이국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별미다.

가평 읍내길로 들어와 약 1.5㎞ 직진하면 가평 경찰서가 나오고, 이곳을 조금 지나 우측 하나로마트부터 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