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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잠시 생긴 1박 2일의 짬을 메우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는 가평의 한 캠프장이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기에 겨 우 잡은 자리가 평소 ‘그늘 한 점 없이 열악한 이런 곳에 누가 텐트를 칠까?’라는 의구 심을 품었던 바로 그 곳. 는데, 막상 이곳은 사이트 개수도 많고 초보 캠퍼들이 선호하는 데크도 마련해 놓아 일반 야영객의 방문이 잦은 장소였던 것이다. P나 K로 시작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텐트는 물론 한번 누르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광고 문 구의 자동 텐트에 더위를 이기는 검은색 위장막까지 등장했다. 너무 오랫동안 크고 화려 한 장비로 세팅한 구성만 보다가 갑작스럽게 만난 일반 야영의 풍경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다. 에서 내렸다. 그들의 짐은 더도 덜도 말고 텐트 하나, 아이스박스 하나. 무심코 내 시선 은 낡디낡은 텐트 가방에 꽂혔다. 한 10년은 창고에 처박아 두었는지, 로고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색이 바래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 텐트에서 이들은 잠을 잘 수 있을까? 나 의 관찰이 시작된 이유였다. . 다음 단계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모양이다. 폴을 이리 저리 살핀지 10분쯤 지났을까, 구멍을 찾아 끼우기 시작했지만 폴과 텐트는 뒤엉키기만 할 뿐 일어설 기미가 없다. 남자는 담배를 한 대, 두 대 그리고 세 대…, 여자는 음료수를 한 모금, 두 모금 그리고 세 모금…. 네 개의 폴을 ‘X'자로 두 번 교차하면 완성되는 텐트였음에도 두 사람의 고민은 1시간이 지나도록 끝날 줄 모른다. 들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도, 짜증난 표정도 없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그들의 도전은 30분이 더 지난 후에야 끝이 났고, 한바탕 전쟁을 치른 그들은 테크 위에 누워 함께 별을 올려다보았다.
흔히 우리는 오토캠핑을 ‘자연과 만나는 레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오 토캠핑은 내 안 깊은 속에 자리 잡은 나 자신을 천천히 불러내는 과정이자, 누군가와 내 가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오토캠핑이, 아니 캠핑이 소중한 것은 시 간을 천천히 누리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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